좋은 시

새 아침은 축복이어라!

하쿠나마타 2010. 3. 4. 07:24

새 아침은 축복이어라!
시인 이병일
새 아침은 축복이어라!
거저 베푸신 은총이어라!

낯선 이민자의 땅에서
너를 품으려 달려 온
무자년의 새 해,
나그네 순례길의
삼백 예순 다섯 날은
내게 베푸신 축복이어라!

가쁜 숨 몰아 쉬며
달려 온 지난 세월,
얼룩져 지워지지 않는
애증의 상채기들도
은총의 새 아침에 올리는
감사의 기도인 것을,

새 아침은 축복이어라!
이루 셀 수 없는 은총이어라!

출렁이는 동해의 심연에서 퍼 올린
저 솟아 오르는 새 아침을 보라!

세월의 무게에 지쳐
틀어진 마음의 틈새들 마다
희망의 진액으로 메꾸어 주며
너의 잃어버린 허상의 꿈도
회복의 마당에서 만나게 하리라!

아!
새 아침은 축복이어라!
거져 베푸신 은총이어라!

누가 너의 삶을 짐이라 했는가?
세월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
몰라보게 커져 버린 한숨의 짐일랑,
이제
새 해, 새 아침에 모두 벗어 버리라.

정해와 함께 했던 빛 바랜 사연들도
모두 덮어 버리고
너와 함께 먼 길 떠날
무자의 새 아침이 밝았으니
희망과 용기로 새 봇짐 가득 채워
오직 새 삶을 위하여
앞만 보고 나아 가라!

너를 품으려 먼 길 달려온 새 해 이거니
그대 손 마주 잡고 휘파람 불며
온누리 희망의 불 밝히려
이제 무자의 새 아침에 떠나라!

새 아침은 축복이어라!
거져 베푸신 은총이어라!

(2008년 무자년 새 아침에. - 한국일보(미주판) 2008-1-1 자 1면 신년 축시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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