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은 시

깨어 있기만하면 돼

하쿠나마타 2010. 3. 4. 07:15

깨어 있기만하면 돼
삿갓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기억이 없으면 시간도 사라져 버린다는 글을  인터넷에서 읽고
물감을 기다리다 흐려져가는
올 봄에 스케치해 둔 먼지앉은 화판을 잠시 들여다 보다
황 지우 생각이 나서 그의 詩 한 편을 그 글에 대한 댓글로 달아놓고
조금 더 쓸쓸해져서 커피물을 올려놓고
뒷뜰에 쌓이는 겨울 햋볕을 보았어

깨어 있기만하면 돼
빠르게 흐르는 시간
스케치만해 두면 돼

어느 눈 내리는 밤
화판 위 먼지 천천히 털어내고 흐려진 스케치
돋보기 고쳐쓰고 되살리면 돼

그때 쯤은  
따뜻한 색상 고를지 모르고
흐려져가는 네 얼굴
환한 빛으로 나타날지 몰라

깨어 있기만하면 돼

'좋은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배신의 밤   (0) 2010.03.04
그 바다에 두고온 돌맹이 하나  (0) 2010.03.04
당신만 아니 오시는군요 / 이성진 (낭송 : 아티)  (0) 2010.02.05
  (0) 2010.01.28
도종환  (0) 2010.01.23