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은 시

이해인 수녀님

하쿠나마타 2009. 2. 28. 00:31

- 풀꽃의 노래 -


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
굳이, 이름을
불러주지 않아도 좋아

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
어디서나 새롭게
태어날 수 있어

하고 싶은 모든 말들
아껴둘 때마다
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

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
불완전한 것은 아니야

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
사람들은 모르지만
서운하지 않아

기다리는 법을
노래하는 법을
오래 전부터
바람에게 배웠기에
기쁘게 살 뿐이야

푸름에 물든 삶이기에
잊혀지는 것은
두렵지 않아

나.는.늘.떠.나.면.서.살.지



-이해인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