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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하쿠나마타 2010. 11. 4. 18:04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詩 심순덕

 

 

엄마는

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배 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 

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 

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 

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

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

 

외할머니 보고 싶다

 

 

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―

 

한밤 중 자다 깨어 방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

엄마를 본 후론

 

아!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.